피정의 집 게시판

'고독'이라는 하느님과의 대화 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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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라기 작성일15-08-01 14:19 조회19,6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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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현대사회의 풍요로움 가운데서도, 우리는 하느님을 간절히 찾고 그분으로 채워지기를 끝없이 갈망합니다. 하느님은 우리 영혼의 생명수요, 우리 영혼의 본향이며 근원이기 때문입니다.

 

시편 36,10 정녕 당신께는 생명의 샘이 있고 당신 빛으로 저희는 빛을 봅니다.

 

하느님은 고독이라는 공간을 통해 나와 대화하기를 원하십니다

 

어느 신부님의 강론말씀을 함께 나눕니다. 

 

 

생명의 빵을 받을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까?

 

  “너 성스러운 나의 고독이여 너는 잠에서 깨어나는 정원처럼 너무도 풍요롭고 순수하고 드넓구나. // 너 성스러운 나의 고독이여 온갖 소망들이 줄지어 기다리는 너의 황금의 문을 닫아라.”

 

  ‘고독과 방랑의 시인이라 불렸던 릴케의 너 성스러운 나의 고독이여라는 시입니다릴케는 고독을 성스럽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성스러움은 신에게나 갖다 붙일 수 있는 표현입니다어떻게 인간의 고독이 성스러울 수 있을까요고독과 외로움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고독이 성스럽다는 표현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고독은 인간의 깊은 내면에 계시는 하느님과 만나는 공간입니다다른 누구도 아닌 나와 하느님과 단 둘이서만 만나는 공간입니다거기서는 다른 누구도다른 무엇도 필요치 않습니다하느님에게서 지음 받은 모든 인간은 그 공간을 지니고 있습니다그리고 거기에는 릴케가 말했듯이 황금의 문이 달려 있습니다문부터 황금으로 되어 있으니 그 안에는 얼마나 좋은 보화들이 많이 들어 있겠습니까릴케는 고독의 정원을 너무도 풍요롭고 순수하고 드넓구나라고 표현을 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많은 보화들을 발견하고 얻기 위해서 한 가지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황금의 문을 닫아 두어야 한다는 것이지요그 대문 바로 앞에는 인간의 온갖 욕망들이 우글거리며 대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고독의 정원 안에 있는 보화들을 훔쳐가기 위해서입니다고독의 정원은 처음에는 분명 외롭게 느껴집니다혼자 남겨진 것처럼 외롭고 쓸쓸합니다그러나 조금만 기다리면 그 안에 있는 풍요로움을 맛볼 수 있습니다하지만 사람들은 그 순간을 견디지 못해서 황금의 문을 수시로 열어젖힙니다그러면 그 문 앞에 들어오려고 줄지어 서있던 소망들이 안으로 밀려들어 와서 고독의 정원을 약탈해 버립니다.

 

  우리는 하루의 일상 중에 순간적인 위로와 만족을 줄 수 있는 것들에 얼마나 쉽게 굴복하는지 모릅니다조금만 외롭고 힘들면 황금의 문을 열어버리고 바깥으로 박차고 나가버립니다오늘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혼자 있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매달리고약물이나 술에 의존하고갖가지 유흥과 오락에 몰두하는지 모릅니다마치 외부로부터 오는 그런 자극과 흥분들이 나를 외로움과 불안에서 구해줄 것처럼 말입니다현대 세계에서 사람들이 하느님을 발견하기 힘든 이유는 하느님과 머무는 고독의 시간을 회피하기 때문입니다그러면서 하느님은 도대체 어디에 계시냐고 볼 멘 소리를 합니다.

 

  하느님은 고독이라는 공간을 통해 나와 대화를 원하십니다하지만 인간은 그러한 순간이 다가오기만 하면 금방 황금의 문을 열고 그 앞에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소망과 욕구들을 충족시키기에 급급합니다순간적으로는 위로를 받을지 모릅니다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지금보다 더 강한 자극을 통해 끝없는 위로를 받고 싶어 합니다하지만 그러한 기대는 신기루와 같은 것입니다신기루를 쫓아갈수록 나는 더욱 외로워집니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은가요그러면 내가 애지중지하는 바깥 세상의 것들 혹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에게 위로와 만족을 줄 것이라는 환상을 깨야 합니다그리고 황금의 문을 닫아걸고 외로움을 일구어서 고독의 정원으로 가꾸어야 합니다황금의 문을 꼭 닫아 두면 외로움은 풍요로운 고독의 정원으로 변화되어 갑니다하지만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수시로 문을 열어버리면 늘 황폐한 외로움의 공간으로 남아있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결코 배고프지 않을결코 목마르지 않을(요한 6,35 참조) 생명의 양식은 고독의 정원에서 쏟아지게 되어있습니다고독의 정원을 가꿀 줄 아는 사람만이 선생님그 빵을 늘 저희에게 주십시오.”(요한 6,34)라고 말할 자격이 있습니다.

 

 

연중 제18주일 강론 - 예천 본당 김기환 요셉 신부

 
[이 게시물은 다라기님에 의해 2015-08-01 16:13:33 수녀회 게시판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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